수능·내신 절대평가하면, 누가 합격하고 누가 떨어지나?
절대평가가 학교의 본질을 회복시켜 줄까?
최근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고교 내신의 '절대평가 전환'과 '대입제도 개편'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자퇴 후 검정고시를 치르는 학생이 5년 새 50%나 급증한 현실을 두고, 낮은 내신 등급의 굴레와 친구의 실수가 나의 기쁨이 되는 비정한 상대평가 구조를 원인으로 지목한 것입니다. 비정한 한 줄 세우기를 끝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물론 경쟁에 지친 아이들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하지만 성적 부풀리기와 입시의 공정성 훼손이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고려할 때, 과연 절대평가 전환만이 만병통치약인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찬성 측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6개국이 모두 고교 내신 절대평가를 실시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듭니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사실이 있습니다. 이들 국가는 절대평가를 운영하되 강력한 공정성 확보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영국의 A-Level 같은 외부 시험 기관의 평가가 있거나, 학교 교사 간의 교차 채점, 심지어 성취 기준 미달 시 엄격한 '유급 제도'를 적용합니다.

절대평가 시대의 진짜 무기: '어떤' 과목을 선택했는가
다만, 현재 교육과정의 큰 흐름이 고교학점제와 맞물려 부분적인 절대평가(성취도 평가) 확대로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한 변화입니다. 그렇다면 '모두가 A등급을 받는' 상황이 온다면,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대학에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야 할까요?
힌트는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안에 있습니다. 주요 대학들은 진로 선택 및 융합 선택 과목에서 단순 등급보다 '학생이 자신의 전공을 위해 얼마나 깊이 있고 도전적인 과목을 이수했는가'를 정성적으로 평가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즉, 남들이 다 듣는 쉬운 과목에서 1등급을 받는 것보다, 어렵고 특이하더라도 내 진로와 뾰족하게 연결된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곧 '비교과 스펙'이 되는 셈입니다.
남들과는 다르게: 나만의 서사를 만드는 '특이 과목'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과목을 선택해야 대학 입학사정관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요? 뻔한 '심화 국어'나 '미적분II'를 넘어, 교육부가 안내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속 마이너하지만 강력한 진로·융합 선택 과목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과목들은 고교 현장에서는 현실적인 이유로 개설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온라인 학교 등을 통해 이수해야 합니다.

1. 건축·행정·사회학 지망: 「도시의 미래 탐구」
단순히 '한국지리'를 듣는 것에 그치지 마십시오. 진로 선택 과목인 '도시의 미래 탐구'는 스마트 도시, 도시의 환경 문제와 재난, 공간 정의 등 매우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이슈를 다룹니다.
도시 계획이나 부동산, 환경 정책을 지망하는 학생이 이 과목에서 야외조사나 빅데이터를 활용한 지리 정보를 수집해 세특(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기록한다면 전공 적합성에서 압도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2.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만남: 「수학과 문화」
문과 성향의 학생이라도 수학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융합 선택 과목인 '수학과 문화'는 예술과 수학, 대중매체와 수학, 환경과 수학 등 인간 활동과 수학의 융합 현상을 탐구합니다.
철학, 디자인, 혹은 미디어를 전공하려는 학생이 이 과목을 이수하며 '사막화 문제를 수학적으로 분석'하거나 '디지털 기술 속 수학적 논리'를 탐구한다면, 창의·융합적 사고력을 지닌 인재로 각인될 수 있습니다.
3. 경제·복지·사회 계열 지망: 「생애 설계와 자립」
가정 교과에 속한 융합 선택 과목인 '생애 설계와 자립'은 단순히 생활 지식을 배우는 과목이 아닙니다. 청년 주거복지, 협력적 소비, 금융거래 등 성인으로 독립하기 위한 사회적 이슈를 심도 있게 다룹니다.
경제학과나 사회복지학과를 지망하는 학생이 이 과목을 통해 '청년 주거복지와 금융 정책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낸다면, 평범한 '경제' 과목 수강생보다 훨씬 입체적인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습니다.
바로 시작해볼 수 있는 것들
제도와 평가 기준이 요동칠수록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영리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고등학생은 '세특의 깊이'를 만드세요 : 이미 선택한 과목 안에서 남들과 다른 결과물을 내야 합니다. 수행평가나 발표 과제가 주어지면 단순히 교과서 내용을 요약하지 말고, 자신의 희망 전공과 엮어 논문을 찾아보거나 통계 자료를 활용한 심층 보고서를 작성해 세특에 기록되도록 하십시오.
중학생은 '진로의 키워드'를 좁혀 나가야 합니다 : 고등학교 입학 직후부터 3년간의 수강 과목을 설계해야 합니다. 거창한 장래 희망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환경 문제', '데이터 분석', '도시 재생' 등 자신이 관심 있는 키워드 2~3개를 중학교 단계에서 미리 잡아두어야 전략적인 과목 선택이 가능합니다.
학부모님은 '교육과정 편성표'를 분석하셔야 합니다 : 아이가 진학할(또는 재학 중인) 고등학교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교육과정 편성표를 확인하십시오. 학교에 아이의 진로와 맞는 특이 과목이 개설되어 있는지 파악하고, 없다면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공동교육과정(학교 밖 교육)을 통해 어떻게 보완할지 미리 계획을 세워두는 것이 부모의 새로운 역할입니다.
절대평가로의 점진적 전환, 대학은 성적표의 '숫자'에 덧붙여 선택한 '과목의 이름'에서 진짜 실력을 읽어냅니다.
주의할 점: 특이한 과목이 능사는 아닙니다 아무리 좋은 과목이라도 기초 학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입니다. 절대평가라 할지라도 성취도와 함께 '원점수, 과목 평균, 수강자 수'가 대학에 제공됩니다. 특이한 과목을 선택하되, 반드시 80점 이상의 원점수를 사수해야만 그 과목을 주도적으로 이수했다는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