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그리고 진로

'온디바이스 AI', 그게 뭔데 1조를 투자할까? 취업 빙하기 뚫을 '역량'은

송동일 기자 2026. 2. 17. 12:48

 

취업 빙하기, 혼자만 따뜻한 '무풍지대'가 있다

뉴스를 켜면 "대기업 공채가 사라졌다"는 우울한 소식뿐입니다. 실제로 주요 5대 그룹 중 삼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 채용으로 돌렸습니다. 이제 '때 되면 뽑는' 시대는 끝났다는 뜻입니다. 막연하게 스펙을 쌓아 기다리던 문과생, 비전공자들에게는 그야말로 혹독한 빙하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역대급 취업 빙하기' 속에서도 확실하게 생존을 보장받는 특권층이 있습니다. 바로 정부가 '작정하고 키우는' 산업 분야입니다.

대기업 공채가 사실상 없어진 지금, 대규모 투자를 받는 분야에선 오히려 장학금을 주며 우수한 학생들을 끌어들인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1조 원 지원' 정책을 단순히 기술 뉴스 정도로 넘겨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단순한 R&D 투자가 아닙니다. "앞으로 이 분야에서 일할 사람은 우리가 책임지고 먹여 살리겠다"는, 정부와 기업 간의 거대한 채용 보증수표가 발행된 사건으로 봐야 합니다.

기업이 정부 눈치를 볼 때 '채용'이 터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은 이익을 좇지만, 한국 사회에서 대기업은 정부의 시그널을 절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정부가 특정 산업에 1조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세제 혜택(K-칩스법 등)을 몰아준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기업 입장에서는 이 혜택을 받는 대신, 정부가 가장 원하는 화답인 '일자리 창출' 성적표를 제출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됩니다.

'온디바이스 AI반도체'라는 소재는 세특, 탐구활동 소재로도 훌륭하게 쓰일 수 있다.

일반 사무직이나 전통적인 제조업 채용은 줄어들더라도, 정부가 감시하고 지원하는 이 '신산업 라인'만큼은 채용 규모를 줄일 수 없습니다. 오히려 기업들은 앞다퉈 대학에 '계약학과'를 신설해 달라고 읍소하며 인재를 선점하려 들 것입니다.

진로 연결: '계약학과'라는 프리패스 티켓

이 흐름을 가장 영리하게 타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채용 조건형 계약학과' 진학입니다. 과거에는 메모리 반도체 위주였지만, 이제는 온디바이스 AI 시대를 맞아 시스템 반도체, AI 반도체, 지능형 소프트웨어 분야로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명문대들은 서로 앞다투어 반도체 관련 '계약학과'를 신설하고 있다.

1.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연세대, 고려대 등)

온디바이스 AI의 핵심은 '얼마나 작고 똑똑한 칩을 만드느냐'입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등록금 전액 지원은 물론 졸업 후 취업까지 보장하는 이 학과들은 사실상 대기업 입사 확정 통지서를 받고 대학에 다니는 것과 같습니다. 정부 지원이 집중되면서 정원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2. 지능형반도체공학과 & AI융합전공

하드웨어만 중요한 게 아닙니다. 한정된 배터리와 성능 안에서 AI를 돌리기 위한 '경량화 기술'이 필수적입니다. 성균관대, 서강대 등 주요 대학들이 신설하고 있는 이 학과들은 컴공과 전자의 경계를 허물며, 기업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실전 인재를 길러냅니다.

하지만 주의할 것이 있습니다. '대기업 취업 보장'이라는 간판만 믿고 덜컥 진학했다간, 적성에 맞지 않는 커리큘럼 앞에서 4년 내내 방황할 수 있습니다. 같은 반도체 학과라도 학교마다 칩 설계(Fabless)에 강한지, 소자 공정(Foundry)이 핵심인지, 혹은 AI 소프트웨어 융합인지 그 색깔이 천차만별입니다. 스마트하게 흐름을 타되, 내 역량과 미래 시장이 정확히 교차하는 '접점'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간판보다 중요한 진짜 전략입니다.

공채가 사라진 시대, 살아남는 아이들의 '진짜' 경쟁력

 
tvN <미생>에서 한석율이 제품의 기능(What)에 집착했다면, 장그래는 "사람들이 왜 이 물건을 필요로 하는가(Why)"라는 문제의 본질을 꿰뚫었다.

대기업 공채가 사라졌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회사가 시키는 대로만 하는 '모범생'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뜻입니다. 이제 기업은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내놓는 사람만을 콕 집어서(수시채용) 데려갑니다. 계약학과는 그곳으로 가는 가장 빠른 티켓일 뿐, 결국 그 안에서 살아남는 건 아이의 '기본기'입니다.

중학생: 수학과 물리는 '문제 해결의 근육'이다

단순히 선행 학습을 얼마나 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온디바이스 AI의 핵심은 복잡한 현실의 문제를 수식으로 치환해 풀어내는 능력입니다. 코딩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어려운 문제 앞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파고드는 논리적 집요함(수학적 맷집)을 기르는 것입니다. 이것이 훗날 어떤 신기술이 등장해도 흔들리지 않는 아이만의 무기가 됩니다.

고등학생: '기술'이 아니라 '해결책'을 팔아라

생활기록부에 "반도체가 좋아요"라고 적는 건 아마추어입니다. 프로는 산업의 통점(Pain Point)을 찌릅니다.
"클라우드 AI는 전기를 너무 많이 먹는다(문제 인식) → 그래서 나는 저전력 온디바이스 NPU 설계를 공부했다(해결책 제시)"
이런 논리 구조를 갖춰야 합니다. 대학과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화려한 스펙을 가진 학생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직면한 비효율을 기술로 해결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학부모: '입시' 너머 '산업'을 읽어주세요

아이에게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라"는 말 대신, 경제 신문을 펼쳐주세요. "정부가 1조 원을 쓴다는 건 세상이 이쪽으로 바뀐다는 신호야. 그럼 사람들은 어떤 불편함을 겪고 있을까?"
이런 대화가 아이를 의존적인 회사원이 아니라, 흐름을 읽고 기회를 포착하는 리더로 성장시킵니다. 부모가 입시 코디네이터가 아니라 '미래 분석 파트너'가 되어주어야 합니다.

누군가는 "취업 문이 닫혔다"고 한탄할 때, 누군가는 변화의 파도에 올라탑니다. 거대 담론이나 유행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문제 해결 능력입니다. 온디바이스 AI라는 거대한 흐름, 그 속에서 '대체 불가능한 해결사'로 성장할 우리 아이들을 응원합니다.

계약학과는 수단일 뿐입니다. 진짜 목표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