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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그리고 진로

[소비심리와 경제학]'꼬꼬면'부터 '두쫀쿠'까지, 그냥 많이 팔면 안 되나?

줄 서던 맛집이 '떨이' 매대가 되기까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편의점 문을 열자마자 달려가야 겨우 손에 넣을 수 있었던 '두바이 쫀득 쿠키(이하 두쫀쿠)'. 그런데 최근 풍경이 기묘하게 바뀌었습니다. "2,000원에 할인 판매합니다"라는 문구가 붙어도 재고가 쌓여 있고,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악성 재고가 되어버렸다"는 한탄이 쏟아집니다.

 

데이터는 더 냉정합니다. 한때 품귀 현상을 빚었던 피스타치오 가격은 지난달 대비 절반으로 폭락했고, 마시멜로는 고점 대비 70% 이상 가격이 빠졌습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열풍이 순식간에 식어버린 것입니다.

 

이 급격한 온도 차야말로 경제학과 심리학을 지망하는 학생들에게는 살아있는 교과서입니다. 왜 기업은 물건이 없어서 못 팔 때 공장을 바로 늘리지 않았을까요? 왜 소비자들은 갑자기 등을 돌렸을까요? 오늘 칼럼에서는 그 답을 찾아봅니다.

두쫀쿠, 먹기만 하고 치우면 살만 찐다. 머리를 써서 칼로리를 태우자! 

심리학의 관점: FOMO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

사람들이 줄을 섰던 가장 큰 동력은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였습니다. 남들은 다 먹어봤는데 나만 못 먹어봤다는 불안감, 그리고 SNS에 인증샷을 올렸을 때 얻는 사회적 인정 욕구가 소비를 부추겼습니다.

 

하지만 이 욕망은 '희소성'이 사라지는 순간 빠르게 식습니다. 대기업들이 앞다퉈 유사 제품을 쏟아내고 편의점마다 물건이 넘쳐나자, 두쫀쿠는 더 이상 '특별한 경험'이 아닌 '흔한 과자'가 되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스놉 효과(Snob Effect)와 연결할 수 있습니다. 특정 상품을 소비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그 상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입니다.

이제 구하기는 쉬워졌지만... 여전히 비싸다.

경제학의 관점: 왜 공장을 바로 짓지 못했을까?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렇게 잘 팔리면 공장을 10배로 늘려서 왕창 팔면 되지 않나요?"

경영자는 바보가 아닙니다. 여기에는 '생산의 시차(Time Lag)'라는 무서운 함정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공장을 증설하고 기계를 들여오는 데는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걸립니다. 하지만 유행(Fad)의 주기는 그보다 훨씬 짧습니다. 막대한 돈을 들여 공장을 다 지어놨을 때쯤엔 이미 유행이 끝나버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거미집 이론(Cobweb Theorem)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악성 재고와 원자재 가격의 폭락

실제로 이번 사태에서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자영업자들은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수요가 영원할 것이라 착각하고 피스타치오와 마시멜로를 비싸게 사들였지만, 인기 하락과 함께 원자재 가격도 30~70% 폭락했습니다. 비싸게 사서 싸게 팔아야 하는, 전형적인 '상투 잡기'의 희생양이 된 셈입니다.

교실에서 바로 쓰는 심화 탐구 주제

이 현상은 교과서 속 죽은 이론을 현실로 끄집어낼 수 있는 최고의 소재입니다. 아래 주제들을 학생부 세특이나 수행평가에 활용해 보세요.

꼬꼬면은 섣부른 라인 증설의 위험성을 알린 첫 사례가 되었다.

1. 경제/사회 : 거미집 이론과 공급의 비탄력성

농산물 시장에서 주로 쓰이는 '거미집 이론'을 두바이 쿠키 사태에 적용해 보세요. 가격이 폭등했을 때 공급량(쿠키 생산)이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못해 발생하는 '공급의 가격 비탄력성'을 그래프로 그려보고, 뒤늦은 공급 과잉이 시장 가격을 어떻게 폭락시키는지 분석하는 보고서를 추천합니다.

2. 경영/창업 : 설비 투자(CAPEX)와 매몰 비용

만약 여러분이 경영자라면 '반짝 유행' 아이템에 전용 생산 라인을 깔 것인가요? 이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을 시뮬레이션해 보세요. 초기 투자 비용(Sunk Cost) 회수 기간을 계산해 보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을 택하는 것이 왜 유리한지 논리적으로 서술한다면 경영학적 감각을 돋보일 수 있습니다.

3. 심리/마케팅 : 밴드왜건의 역설과 하락세 방어 전략

유행이 끝물에 다다랐을 때, 기업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가격을 낮춰서라도 재고를 터는 '스위핑 전략'과, 오히려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해 충성 고객을 남기는 전략 중 무엇이 유효할지 소비자 심리 관점에서 토론해 보세요. 위생 이슈로 인한 신뢰 하락이 구매 결정(의사결정 프로세스)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것도 좋습니다.

경영, 경제, 심리 분야에서 챙길 수 있는 키워드가 많다.

필자의 조언:
유행을 따라가는 소비자는 즐겁지만, 유행을 예측해야 하는 생산자는 괴롭습니다. 이 '시차'와 '심리'의 간극을 읽어내는 능력이 바로 경제학과 경영학이 요구하는 통찰력입니다.

줄을 서는 현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줄이 언제, 왜 사라지는지를 파악하는 '타이밍의 경제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