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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그리고 진로

'밀라노 금메달' 최가온 선수의 이야기, 우리 모두에게 필요해진 '이 능력'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 금메달까지, 30분의 드라마

2월 13일 새벽, 대한민국 설상 종목의 역사가 새로 쓰였습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결승전. 17세의 최가온 선수가 대한민국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주목한 것은 금메달이라는 결과가 아닙니다. 바로 결승 1차 시기 직후의 상황입니다. 폭설이 쏟아지는 악천후 속에서 최 선수는 가장자리에 부딪혀 크게 넘어졌습니다. 한동안 일어나지 못할 만큼 충격이 컸고, 기권을 의미하는 'DNS(Did Not Start)' 표시가 전광판에 뜨기도 했습니다.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 최 선수는 다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3차 시기, 완벽한 연기로 90.25점을 기록하며 자신의 우상이자 디펜딩 챔피언인 클로이 김을 제치고 정상에 섰습니다.

2026 밀라노 동계올림픽, 부상을 딛고 금메달을 따낸 최가온 선수 [출처:JTBC 유튜브 채널]

이 장면은 단순한 스포츠 뉴스가 아닙니다. 앞으로 입시와 취업이라는 긴 마라톤을 뛰어야 할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완벽한 교보재입니다.

중꺾마, 원영적 사고, 그리고 '최가온의 회복탄력성'

최근 몇 년간 대한민국을 관통한 키워드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흐름이 보입니다. 2016년 박상영 선수의 "할 수 있다", 2022년 데프트의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 그리고 장원영의 긍정적 사고방식인 "원영적 사고(럭키비키)"까지.

이 모든 유행어의 뿌리는 하나입니다. 바로 심리학에서 말하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입니다.

막연한 '긍정적 사고'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 '원영적 사고'

최가온 선수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1차 시기의 부상, 2차 시기의 기술 실패라는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3차 시기에 최고 난이도를 성공시켰습니다. 클로이 김의 멘토링을 받던 유망주가, 결국 그 멘토를 넘어서는 과정 자체가 거대한 성장 서사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입니다. 

2028 대입, '수능 한 방'은 없다

이 이야기를 교육 현장으로 가져와 보겠습니다. "우리 애는 머리는 좋은데 멘탈이 약해서..."라는 고민을 토로하는 학부모님들을 자주 만납니다.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앞으로의 입시 환경에서 약한 멘탈은 곧 성적 하락으로 직결됩니다.

과거의 입시는 '수능 한 방'으로 역전이 가능했습니다. 3년 내내 놀다가도 고3 때 바짝 해서 대학 가는 신화가 통했지요. 하지만 2028 대입 개편안이 적용되는 지금의 학생들에게 입시는 100미터 달리기보다는 장애물 경주에 가깝습니다.

12번의 내신, 매번 흔들릴 것인가?

고교 3년간 치러야 할 중간·기말고사는 총 12번입니다. 여기에 수행평가까지 더하면 평가의 연속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시험을 망칩니다. 최가온 선수가 1차 시기에서 넘어진 것처럼 말이죠.

회복탄력성이 낮은 학생은 한 번의 망친 시험(1차 시기) 때문에 멘탈이 무너져 다음 시험(2차, 3차 시기)까지 연쇄적으로 망칩니다. 반면, 회복탄력성이 높은 학생은 "이번엔 실수했네? 오답 분석해서 기말에 만회하면 돼"라고 털고 일어납니다. 고교학점제 체제에서는 이 능력이 국영수 선행학습보다 더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중꺾마'마인드는 E-Sports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 여러 분야에 큰 영향을 주었다.

 

필자의 시선:
기업 채용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입 사원에게 기대하는 것은 완벽한 업무 처리가 아닙니다. 깨지고 혼났을 때, 다음 날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다시 업무를 붙잡는 태도. 인사 담당자들은 이것을 '그릿(Grit)'이라고 부르며 스펙보다 높게 평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부모가 만들어주는 마음의 근육

그렇다면 우리 아이의 회복탄력성은 어떻게 길러줄 수 있을까요? 최가온 선수의 아버지 최인영 씨의 인터뷰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최 선수가 부상으로 포기하려 했을 때, 아버지는 다그치거나 실망하는 대신 이렇게 말했습니다. "올림픽이니까 포기하지 말고 조금 기다려 보자." 이 한 마디가 최 선수가 다리의 감각을 되찾고 다시 일어설 시간을 벌어주었습니다.

실패를 '데이터'로 정의하기

아이가 시험을 망쳤을 때, 부모님의 첫 마디가 중요합니다. "너 그럴 줄 알았다"라는 비난은 아이를 주저앉게 만듭니다. 대신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데이터가 나왔네. 이걸 보완하면 다음엔 오르겠다"라고 반응해 주십시오. 실패를 '인격의 결함'이 아닌 '수정 가능한 데이터'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신체 회복이 곧 멘탈 회복

포기의 순간에 마지막 용기를 준 것은, 누구보다 딸을 아꼈을 최가온 선수의 아버지였다. [출처:JTBC 유튜브 채널]

전광판에 '기권(DNS)' 신호가 떴을 때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17세 소녀는 포기 대신 도전을 선택했고, 그 선택은 대한민국 설상 종목 최초의 금메달이라는 기적을 만들었습니다. 이 30분의 드라마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완벽한 사람은 한 번도 넘어지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보란 듯이 다시 일어나는 사람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입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간고사를 망쳤다고, 모의고사 성적이 떨어졌다고 인생이 끝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위기는 아이의 내면을 성장시킬 가장 좋은 기회일 수 있습니다. 아이가 잠시 주저앉아 있다면 재촉 대신 따뜻한 눈빛을 보내주세요. 숨을 고르고 다시 일어선 아이는, 분명 어제보다 더 강하고 단단해져 있을 테니까요.

 

최가온 선수의 금메달이 빛나는 이유는 결과 때문이 아니라, 그 과정에 담긴 꺾이지 않는 마음 때문임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